도망치고 싶다..!
박사 지원도 준비해야 했고, 듣고 있는 수업은 계속 과제를 주었으며, 연구실에서 하고 있던 연구는 (다행이지만) 계속 진행되어 실험을 배워야 했고, 그동안 했던 연구를 정리해 졸업논문도 제출해야 했다.
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나면, 그 양과 촉박한 기안들에 아찔해져 절로 눈을 질끈 감았다.
크게 숨을 쉬고 하나씩 하면 할 수 있을 거다, 천천히 우선순위를 잘 정해가면, 헷갈리지 않는다면, 나라면 무조건 할 수 있을거다 읊조렸다.
그렇게 하루, 이틀, 한 달, 처음엔 묘한 설렘도 있었다.
'이 일들이 끝나면 난 좀 더 성장해있겠지?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!'
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이 감정은 나를 화이팅하게 했고, 내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분명.
12월이 시작되고 고통이라는 말 말고는 묘사할 길이 없는 하루하루였다.
코드만 짜던 내가 실험을 배우면서 내 실험을 이끌어가야 했고, 아직 내야 할 어플리케이션은 산더미인데,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개인 미팅까지.
오늘은 나에게 선물이 아니었고, 내일이 기대되지 않았다.
이런 생활을 박사를 따기 위해 또 하라고? 박사가 되면 이보다 더한 삶만 있겠지? 진짜 이게 내 길이 맞나? 공부는 못해도 연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, 여전히 좋기는 한데,,, 행복하지 않고, 행복해 보이는 길이 아닌데,,
9일이 논문 제출일이었고, 3명의 커미티에게 한 번씩 피드백을 받았고 수정하여 최종본을 만들었다.
마감일 7일 전, 이제 남은 건 최종본을 보여주고 사인을 받고 사인과 논문을 제출하면 끝날 일이었다. 정말 모든 걸 다 끝낸 상황. 하지만 내가 너무 지쳐버렸다.
아침에 연구실에 나가 점심 먹을 시간 없이 실험 배우고, 실험하고, 저녁에 돌아와서 저녁해 먹고 잠깐 쉬면 9시, 실험 정리하고 내일 할 거 계획하고, 논문 수정하고, 파이널 준비하고, 어플리케이션 마저 쓰고 새벽 2시.
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나.
나한테 필요한 수업 말고 쉬운 수업 들을걸.
논문 없어도 졸업은 시켜주는데, 그냥 논문 내지 말까.
어플리케이션 먼저 넣은 곳 중에 하나 붙지 않을까, 그만할까.
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.
그리고 아침.
하,
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.
그냥 아침에 샤워하다 문득 노래의 한 구절이 생각났고, 중얼거렸다.
그래, 그럴 수야 없지. 최대한 내 기분은 빼고, 건조한 마음으로 할 일을 다시 정리했다.
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, 도저히 못할 일은 양해를 구해 미뤘다.
논문은 제출되었고, 어플라이도 끝났다.
완벽했냐고? 전혀.
최선을 다했나? 단 한순간도, 단 하루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.
그럼 이제 다른 곳에 또 최선을 다하러 가볼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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